고진영이 LPGA 진출에 신중한 이유
입력시간 | 2017-10-17 08:47 | 주영노 기자 na1872@

15일 끝난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우승으로 LPGA 직행티켓을 손에 쥔 고진영. (사진=KLPGA)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아직은 잘 모르겠다. 조금 더 신중한 선택을 하겠다.”

15일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우승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직행 티켓을 손에 쥔 고진영(22)은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당장 LPGA 투어로 진출하기보다는 우선 국내 투어에 집중하면서 차근차근 결정하겠다는 신중함을 보였다. 고진영은 어떤 선택을 할까.

▷안정된 경기운영 장점, 비거리는 고민

고진영은 전략적이고 안정된 골프를 추구한다. 기록에서 나타난다. 드라이브샷과 아이언샷의 정확성은 국내 무대에서 1인자 소리를 듣는다. 드라이브샷의 페어웨이 적중률 82.19%, 아이언샷 그린적중률 79.73%로 모두 1위에 올라 있다. 정교함을 앞세워 이번 시즌 평균타수 69.67타(1위)를 적어내며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다.

15일 끝난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도 고진영은 정교함으로 우승을 낚았다. 드라이브샷 페어웨이 적중률 83%, 아이언샷 그린적중률 86%로 고감도를 유지했다. 퍼트는 1라운드에서 30개를 적어냈을 뿐, 2~4라운드에서는 28~29개로 안정적이었다.

반면 거리 싸움에선 약점을 보였다. 우승을 다툰 박성현이 270야드(4라운드에선 평균 280야드)가 넘는 장타를 펑펑 날리는 것과 달리 고진영은 마지막 날 평균 251야드에 불과했다. 결과적으로 고진영의 정교함이 박성현의 파워를 꺾고 우승했다. 그러나 미국무대로 진출할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국내보다 코스 길이가 조금 더 길고 까다롭게 세팅되는 LPGA 투어에서 짧은 비거리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자신감, 적응력 등 선택의 변수

2014년 데뷔한 고진영은 국내 무대에서 확고한 자리를 잡았다. 첫해 1승을 차지하며 상금랭킹 8위(4억5833만6523원)에 올랐고, 2년차와 3년차 시즌엔 각각 3승씩을 추가했다. 여왕의 자리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2015년 상금랭킹 3위(5억3350만5416원), 2016년 2위(10억224만9332원)로 한 계단씩 성장했다. 올해는 2승(LPGA 1승 제외)과 상금 7억635만8090원을 벌어 4위에 올라 있다. 국내 무대에 완벽하게 적응한 고진영의 앞길은 탄탄대로다. 적어도 연간 2~3승씩 꾸준하게 올릴 수 있으며, 상금과 스폰서 후원금 등을 더해 10억원~15억원 이상의 안정된 수입도 올릴 수 있다. 이에 반해 LPGA로 진출할 경우 수입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국내에서보다 더 나은 활약을 펼친다면 걱정할 게 없다. 그러나 반대의 상황이라면 수입이 크게 줄어들 수도 있다. 자신감과 적응능력도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다. 막강한 실력파가 즐비하고 국내와 전혀 다른 환경, 그리고 장거리 이동에 따른 체력문제와 시차적응, 음식, 영어 등 고진영이 스스로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최근 LPGA 진출 후 국내에서보다 뛰어난 활약을 펼치지 못하는 동료들의 모습도 고진영의 고민을 깊게 만드는 요인들이다.

고진영은 신중에 신중을 기할 생각이다. 고진영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갤럭시아SM 측은 “아직까지는 어떠한 결정도 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50대50이다”고 말을 아꼈다.

LPGA 투어는 여자골퍼들에게 꿈의 무대다. 꼭 한 번 진출해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기량을 겨루면서 부와 명예를 쌓을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