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문 “비거리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입력시간 | 2017-08-16 10:22 | 조희찬 기자 etwoods@

프로골퍼 배상문이 16일 강원 원주시 육군 36보병사단에서 전역 후 취재진을 향해 거수경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원주=이데일리 스타in 조희찬 기자] “2017년 8월 16일부로 전역을 명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충성!”

프로골퍼 배상문이 16일 강원도 원주의 36보병사단에서 21개월간의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했다. 마중을 나온 모친 시옥희씨와 포옹을 나눈 그는 친인척들과 악수한 후 우렁찬 목소리로 취재진을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배상문은 모처럼만의 인터뷰에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였지만 이내 ‘다’나‘까’ 말투로 취재진의 질문에 막힘 없이 답했다.

“밤 잠을 설쳤습니다”라는 배상문은 “(전우들과 헤어져)아쉽고 아쉬운 마음이었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 1년 9개월간 생활했던 전우들과 헤어진다는 사실이 아쉬워 이야기도 많이 나눴습니다”라며 “정말 기분이 좋으면서도 앞으로 해야 할 숙제들을 떠올리며 각오를 다지고 나왔습니다”고 덧붙였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2승에 빛나는 배상문이지만 소총수로 복무한 21개월간 특혜는 없었다. 입대 전보다 핼쑥해진 얼굴은 그간의 시간을 대변했다. 전우들과 같이 오전 6시 30분에 기상해 작업 또는 훈련으로 이어지는 일과를 소화했다. 골프는 일과 시간이 끝난 후 개인정비 시간을 통해 틈틈이 해왔다. 워드프로세서,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을 땄고 주말에는 부대 근처 학교에서 재능기부로 학생들에게 골프를 가르쳤다.

배상문은 “다른 부대와 마찬가지로 훈련과 작업이 많았습니다. (부대에) 예비군들이 들어오면 할 일도 많고 정리할 것도 많았습니다”며 “몸 쓰는 일이 많아서인지 살이 빠진 것 같지만 그래도 좋은 경험이었고 전우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고 미소 지었다.

주변의 우려와 달리 지난 21개월간 몸 상태는 더 좋아졌다. 괴롭히던 허리 부상도 웨이트 트레이닝과 휴식으로 한층 더 나아졌다. 휴가를 나온 배상문과 라운드를 한 프로들에 따르면 비거리는 오히려 더 늘었다. 배상문 스스로도 지난 2년의 공백을 걱정하지 않는 눈치였다.

“일과 후 2~3시간의 개인정비 시간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과 빈 스윙을 했고 머릿속으로 투어에서 뛰는 상상을 하며 이미지 트레이닝도 했습니다. 투어에 복귀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상상하던 일이 곧 실현될 것 같아서 기분이 좋고 기대가 됩니다. 헤드 스피드는 오히려 늘어난 것 같습니다. 대회도 나가지 못하고 훈련도 못해 예전 기량을 되찾지 못할 거라는 주변의 우려가 많지만 자신 있습니다. 예전보다 더 나은 기량을 보여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 있습니다.”

배상문은 2015년 PGA 투어가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선수들에 대한 시드권 보장 규정을 승인하면서 전역 후 1년간 시드를 보장받은 상태다. 그는 전역 후 첫 경기를 다음달 열리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신한동해오픈으로 낙점했다. 국내 복귀전을 가진 후 미국으로 건너갈 계획이다. PGA 투어 복귀전은 2017-18시즌 개막전인 세이프웨이오픈이 될 전망이다.

배상문은 “골프가 너무 하고 싶었습니다”라며 “지난 2년 간은 국방의 의무 때문에 군인 신분이었지만 이젠 프로 골퍼로 돌아가 그간 못했던 훈련들과 연습을 할 것 입니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달 있을 신한동해오픈 참가가 확정이 돼 그 대회를 목표로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있습니다”며 “PGA 투어는 개막전부터 뛸 예정입니다. 다른 곳에 한 눈 팔 겨를이 없습니다”고 힘줘 말했다. XML